쉬운 보고서를 쓰자 - "쉽게 읽혀야 쉽게 예스가 된다"
개성강한 우리 이쁜(?) 팀원들에게는 차마 하지 못하는 말, 블로그에서라도 휘갈겨보려고 키보드를 잡았다. 당신에게 얼마나 씨알이 먹힐런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써본다. 들으면 좋고 싫으면 말고, 선택은 그대 몫이다.
보고서를 왜 쓰는지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보고서 누가 읽나? 당연하게도 보고서를 받는 사람이 읽는다. 그런데 당연하게들 보고서를 쓰는 사람 입장에서 써온다. 예를 들어볼까. 손님이 식당에 들어가서 비빔밥을 시켰다. 그런데 식당 사장이 자기가 봤을 때는 당신은 짜장면이 먹고 싶은거라며 짜장면을 내온다. 이게 뭔가. 뭔 황당한 시츄에이션인가. 손님이 원하지 않는 음식을 내오는 것이 맞는가? 보고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고서를 쓰자.
보고 받는 사람 입장에서 어려운 보고서라는 건 딴 거 없다.
쓴 사람 입장에서만 쓰여져서 도저히 읽는 사람이 이게 무슨 소린지 알아먹을 수가 없는 보고서다. 그게 단어 선택일 수도 있고, 배경 설명없이 바로 본론만 짧게 압축해서 말하는 걸 수도 있다. 이해는 간다. 쓰는 사람은 이 일이 처음에 어떻게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기 때문에 자신이 아는 내용은 자연스럽게 빼고 쓰게 되는 것이다. 상대방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보고서는 반드시 그걸 읽는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인지. 예전에 보고한 적 있지만 시간이 너무 흘렀다면 다시 한 번 짚어줘야 한다. 사람의 기억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다. 게다가 하루에도 수십가지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팀장 입장에서는 어떤 한 팀원의 업무를 A부터 Z까지 모조리 기억하고 있을 수 없다. 넛지처럼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살짝이라도 되짚어줘야 한다. 보고받는 팀장에 대한 사소한(?) 배려가 필요하다.
쉽게 읽히지 않는 보고서는 읽는 사람에게 거부감을 준다.
팀장 입장에서는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일도 왠지 파헤치고 싶어 진다. 내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다. 불안하다. 이런 상황이 되면 당신의 일은 금새 몇 배 더 늘어날 것이고, 열심히 써 온 보고서는 금새 빨간색으로 물들 것이다. 그리고는 당신도 짜증이 날 것이다. 열심히 써왔는데 계속 지적받으니까. 다시 써야하고 야근해야할 수도 있으니까. 그냥 상상만 해도 짜증이 날 것이다.
나도 안다. 잘 하고 싶어서 그랬다는 것을. 프로페셔널하게 보이고 싶어서 그랬다는 것을. 그러나 당신은 의사결정자가 아니다. 당신의 고객은 당신의 보고서를 받아 볼 당신의 팀장이다.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보고서는 그 존재의 가치를 금방 잃는다. 부디 당신의 보고서는 처음 온 팀장이 읽어도 쉽게 읽히는 쓸모 있는 보고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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